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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톡' 안된다던 이통사들, 똑같은 서비스 출시?

'보이스톡' 안된다던 이통사들, 똑같은 서비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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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가 LTE망을 통한 인터넷전화(VoLTE)를 차세대 서비스로 준비하고 있다. 가입자 수 4600만 명을 자랑하는 카카오톡은 무선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선통신을 활용한 인터넷전화의 등장으로 이동통신업체와 인터넷서비스업체들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보이스톡이 몰고 온 VoLTE와 mVoIP의 돌풍을 해부해봤다.

똑같은 서비스 준비 중인 이통사들

LTE망 타고 10월에 … “끊김 현상 없어 통화품질 우수”
기술적으로 보이스톡과 같아 최근 반발 설득력 없어


“영상이 차세대 음성이다(Video is next voice). 2012년 하반기엔 통신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다.”

 LG유플러스 이상철(64) 부회장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의 말은 음성 대신 데이터 통화 시대가 오고, 이 서비스를 선도하는 회사가 통신업계 리딩 기업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이 부회장의 말처럼 현재 데이터 전용 네트워크인 LTE망을 통해 음성까지 주고받는 서비스(VoLTE)를 준비하고 있다. LTE 전국망 구축이 1차전이었다면 이 망을 이용한 음성 서비스가 2차전이 되는 셈이다.

 통신사들이 VoLTE에 주목하는 이유는 음성과 데이터를 하나의 망을 통해 보내게 되면 다양한 종류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TE 스마트폰에서 음성 통화를 하는 도중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 있다. 원격의료·화상강의 같은 응용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음성과 데이터를 조합하면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빼앗겼던 문자메시지 시장도 음성과 영상을 결합한 서비스로 상당부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 통화 10초에 18원’ 하는 식으로 돈을 벌던 이통사들이 다양한 데이터 통화로 수익원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통 3사 가운데 VoLTE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음성통화에서 2세대(2G) CDMA 방식을 사용하는 LG유플러스는 3세대(3G) WCDMA와 호환이 안 돼 단말기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해외 로밍도 불편했다. LG유플러스는 VoLTE를 먼저 상용화해 ‘만년 업계 3위’의 판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올 3월 LG유플러스는 3사 가운데 처음으로 VoLTE 서비스 시연 행사를 열고 서울 광화문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연결해 깨끗한 통화 품질을 선보였다. 이통 3사는 10월께 본격적인 VoLTE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VoLTE는 음성을 데이터화해 전송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보이스톡이나 스카이프 같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동일한 서비스다. 보이스톡에 대한 이통사들의 반발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똑같은 서비스를 이통사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데이터는 송수신 중 몇 초 정도 끊겨도 이용자들이 인내심을 발휘하지만 음성 통화는 중간에 끊기면 난리가 난다”며 “단순 앱의 형태로 제공돼 통화 품질이 불안정한 인터넷 업체들의 mVoIP가 기성복이라면, 이통사가 다양한 시험을 거친 뒤 최적의 통화 품질로 서비스하는 VoLTE는 맞춤복”이라고 말했다.

 VoLTE가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요금제에 달려 있다. 지금은 음성 몇 분, 메시지 몇 개, 데이터 몇 메가바이트(MB)를 묶은 올인원 요금제가 대세다. 하지만 음성통화도 데이터망을 통해 이뤄지게 되면 음성과 데이터의 구별이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VoLTE가 도입되면 ‘한 달 몇 기가바이트(GB) 사용에 얼마’라는 식으로 정한 데이터 용량 안에서 동영상이든 문자든 음성통화든 개인이 알아서 사용하는 종량제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박태희 기자

보이스톡 통화량 급증한다는 카카오

데이터 요금 싸지고 1MB에 8분치 통화량까지 담아내
보이스톡 성패는 통화 안정성 … 과부하 문제도 걸림돌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보이스톡을 통한 통화 횟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격히 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시범 서비스한 지 사흘째인 6일 이석우(46)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톡 가입자 4600만 명을 기반으로 한 보이스톡이 등장하면서 mVoIP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mVoIP의 활성화 배경에는 ‘요금제’와 ‘기술’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데이터 요금을 비싸게 받았다. 소비자들이 실수로 사진을 내려받게 되면 휴대전화 전원을 황급히 눌러 끄던 시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성을 요금이 훨씬 비싼 데이터로 보내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통사의 요금 정책에 큰 변화가 왔다. 이통사들은 10초당 18원씩 받는 음성통화 요금을 주수입원으로 삼았다. 대신 데이터 요금을 싸게 책정했다. 3G에서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했다. 4G LTE에서는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 송수신량을 제한하기는 했으나 기가바이트(GB)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요금제 때문에 음성을 데이터로 사용하는 게 훨씬 저렴해졌다. mVoIP의 등장은 통신사들의 이러한 요금정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기술 발전도 mVoIP 등장을 부채질했다. 8분치 통화량을 1MB에 담을 정도로 데이터 압축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통신 기술의 발달도 한몫했다. 전에는 음성까지 데이터를 보내기에는 용량과 속도에 문제가 많았지만 3G, 4G로 망이 고도화하면서 데이터 수용 여력이 커졌다.

 mVoIP의 등장은 유선전화에 070 인터넷전화가 등장한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3분 통화당 30원의 통화요금을 받던 KT나 데이콤 등의 전화업체들은 유선 인터넷전화 도입에 반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브로드밴드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을 통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고, KT는 기존 전화번호로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보이스톡이 카카오톡의 무료 메신저 기능처럼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 잡을지는 통화 안정성에 달려있다. 카카오톡은 최근 두 차례나 불통되는 소동을 겪었다. 카카오 측은 “한 번은 정전, 한 번은 공사 중 포클레인이 전선을 찍어서 생긴 사고”라며 “데이터 폭증은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이스톡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접속할 경우 망 과부하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인터넷사업자들은 “망 위에서 어떤 서비스가 돌아가건 차단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망 중립성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가입자들이 낸 기본요금에는 망을 이용할 권리가 이미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mVoIP에 대한 이통사들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나뉜다. 하나는 통신사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NTT 도코모와 소프트뱅크는 이용 약관을 통해 mVoIP 서비스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LG유플러스와 같은 경우다. 다른 하나는 mVoIP 서비스를 전면 허용하되 통신료를 인상하는 안이다. 영국의 보다폰은 월정액 41파운드 이상의 가입자에게 mVoIP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T모바일은 월정액 49.95유로 이상, 프랑스 오렌지도 월정액 49유로 이상의 이용자에게 허용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