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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라고 국보 탈락 … 용문산 상원사 범종, 명예회복할 듯

가짜라고 국보 탈락 … 용문산 상원사 범종, 명예회복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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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상원사 범종의 비천 문양. 선녀(왼쪽)가 당나라 시대의 비파를 연주하고 있고, 비천상 위쪽에는 염주 목걸이(瓔珞)와 천의(天衣)가 휘날리고 있다. 이런 특징은 신라시대의 종에서만 보인다.

‘가짜’ 오명을 쓰고 국보에서 탈락했던 비운의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상원사 범종(해제 당시 국보 367호)이 신라시대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범종의 납 동위원소 비율이 남한에서 생산된 종 재료와 거의 일치한다. 일본이나 중국산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통과학기술사업단 도정만 박사팀은 15일 상원사 범종은 신라시대 범종 제작 기법인 밀납(蜜蠟) 주조공법을 사용했고, 재료도 신라시대 남쪽지방 것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재료 성분분석을 통해 범종이 일본에서 제작됐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을 뒤집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경기도 양평 농업박물관에서 열린 ‘용문산 상원사 범종 학술발표회’에서 도 박사는 “종 재료에 섞인 납의 세 가지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보니 남부지방 재료를 사용했으며, 구리·주석·납의 구성 비율이 성덕대왕신종 등 신라시대 종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료 비율을 보면 한반도 남쪽과 북쪽, 중국 남부와 북부, 일본 등 원산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고고학자들은 상원사 범종의 제작 연대와 모조품 여부를 문양이나 당시 상황 등으로 판단했었다.

 도 박사는 “제작 기법도 온전하게 남아 있는 신라시대 범종인 오대산 상원사 범종(725년), 성덕대왕신종(771년)처럼 당시 범종에 주로 사용했던 밀납 주조공법이 적용됐다”며 “거푸집 위에서 용융 청동을 부어 넣는 방법도 신라시대 범종 제작 기법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용문산 범종 표면의 비천상의 선녀가 당나라 시대의 4현 비파를 연주하고 있는 것도 제작 연대를 신라시대로 추정하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범종을 살펴보고 있는 도정만 박사(오른쪽)와 상원사 호산 주지 스님.
 상원사 범종은 1929년 2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제야의 종’ 타종에 사용됐다. 국가가 39년 11월 17일 보물로, 해방과 함께 국보 367호로 지정했다. 그러다 가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옛 문교부 문화재위원회 위원이었던 한 사학자가 62년 노인들의 증언, 문양 등을 근거로 ‘일본이 약탈해 간 뒤 19세기 말 일본에서 급조해 다시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해 12월 12일 문화재위원회에서 그 주장을 받아들여 국보 지정을 해제했다. 그 후 여러 사찰을 떠돌다 2010년 1월 15일 상원사로 귀환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학계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문화재 지정신청이 들어오면 검토를 거쳐 국보 지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용문산 상원사 범종=높이 156.5㎝, 구경 89㎝, 종 입구 두께 6.1㎝의 종이다. 1945년 국보 367호로 지정됐다가 62년 지정이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