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원 둘이 휘두른 갈퀴에 맞아 … 그들은 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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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02 08: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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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새벽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50㎞ 해상에서 중국 선박 단속 도중 중국 선원에게 손도끼로 머리를 맞아 부상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김정수씨(왼쪽)와 중국 선원에게 밀려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화정우씨가 목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목포=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30일 오전 2시45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의 북서쪽 51㎞ 해역. 칠흑 같은 밤바다를 뚫고 희미한 불빛이 깜박였다. 중국 선원과의 격투 과정에서 바다에 추락한 화정우(32·갑판원)씨의 휴대용 랜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었다. 그는 목에 달린 랜턴을 손에 쥔 채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구조를 기다렸다. 구명조끼 사이로 느껴지는 밤바다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물속에 잠긴 사지는 빳빳하게 굳어가고 의식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문득 죽음이 머릿속을 스쳐갈 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나가던 서해어업단 소속의 고속단정이 랜턴의 불빛을 발견한 것이다. 화씨는 “차가운 밤바다 속에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문득 목에 걸고 있던 랜턴이 생각나 스위치를 켰는데 그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면…(익사했을 것)”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구조된 뒤로도 2시간이 넘도록 추위에 떨어야 했다. 20분가량 바닷물에 빠져 극심한 저체온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날 바닷물 온도는 섭씨 1~2도로 체감온도는 영하 2~3도에 달했다.
화씨는 바다에 빠지기 전까지 중국의 어획물 운반선에서 중국 선원들과 목숨을 건 격투를 벌였다. 오전 2시20분쯤 중국의 절옥어운호에 탄 그는 김정수(44·항해사)씨 등 동료들과 함께 곧바로 조타실로 뛰어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조타실 입구는 나무판자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뒤였다. 중국 선원들은 조타실 입구에 사납고 육중한 개를 푼 뒤 20~25㎝나 되는 돌덩이를 마구 던졌다. 불에 달군 갈탄 덩어리도 단속요원들의 머리와 몸을 스쳐갔다.
화씨는 “조업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배에 오르자마자 선원들이 다짜고짜 손도끼와 갈퀴, 흉기 등을 마구 휘둘렀다”며 “단속요원들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은 어민이 아닌 해적들이었다”고 위기의 순간을 회고했다. 그는 “오랜 단속 경험에도 이번처럼 흉포한 저항은 흔치 않다”며 “도끼나 흉기도 위협적이지만 멀리서 공격해 오는 돌덩이나 갈탄 등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농림부, 중국 총영사 불러 항의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 허잉(何穎)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불법 조업과 폭력사태의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허잉 총영사는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를 찾아 정영훈 수산정 책관과 한 시간가량 면담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도 이날 대사관 고위 인사에게 엄중 항의했다. [뉴시스] 예상치 못한 저항에 요원들이 당황하자 중국 선원들의 폭력은 더욱 거세졌다. 선원들은 도끼와 갈퀴, 흉기 등을 휘두르며 요원들 앞으로 다가왔다. 물러서지 않으면 가차없이 찌를 태세였다. 이에 맞서던 항해사 김씨는 선원이 휘두른 손도끼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화씨는 더 물러설 수 없었다. 눈앞에 서 있던 선원 2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갑자기 옆에서 갈퀴가 날아들었다. 화씨는 갈퀴를 손으로 잡았지만 다른 선원이 휘두른 갈퀴에 맞아 갑판에서 4.5m 아래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떨어졌다.
화씨는 “9년8개월간 단속요원으로 일해 왔는데 갈수록 중국 선원들의 저항이 거칠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고 있다”며 “해경 출신의 경험과 젊은 패기로 맞섰으나 각종 흉기와 무기로 무장한 중국인들의 폭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갈수록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화씨가 바다로 떨어진 상황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중국 선원들 제압에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씨는 자신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한 고속단정에 발견돼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해양경찰로 복무한 뒤 어업관리단에 특채된 화씨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선 인력과 장비가 크게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단속 인력과 장비로는 중국 선원들의 거센 저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지도선에 전문 단속요원들을 1~2명씩 추가로 배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목포의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어민들과의 충돌 상황과 바닷물에 빠진 충격이 겹쳐 몹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망망대해에 홀로 빠져 있을 때 정신적인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가 온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완전히 잊고 업무를 재개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목포해양경찰서는 절옥어운호의 선장 왕모(36)씨와 또다른 항해사 왕모(29)씨에 대해 단속 공무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왕씨 등은 전날 화씨와 김씨 등 단속요원 4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신안=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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