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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찌꺼기로 만든 어초에 해조류 무성

꿈이 좋아 2018. 1. 28. 09:47

제철소 찌꺼기로 만든 어초에 해조류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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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톤’ 표면에 각종 해조류가 빼곡하게 붙어 자라는 모습. [사진 포스코]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5m 크기의 올록볼록한 조형물. 한쪽엔 금빛 해초 모형이 붙어 있고 또 다른 쪽에는 큰 삼지창을 든 바다의 신 ‘트리톤(포세이돈)’이 새겨져 있다. 포스코가 철강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 ‘슬래그’를 이용해 만든 수중어초(물고기 집) ‘트리톤’의 모습이다. 바다 생태환경을 용맹하게 지키겠다는 뜻으로 트리톤이라 이름 붙였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의 포스코 전시관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바로 이 전시물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는다.

 이 트리톤은 여수 앞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주역이다. 1990년대 이후 여수 앞바다를 비롯한 연안 바다들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줄어 불모지가 됐다.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살 곳과 알 낳을 곳을 잃은 물고기들도 사라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때 커다란 시멘트 블록을 바다에 넣어 해조류가 표면에 붙어 자라게 하는 ‘시멘트 해초’가 유행했다. 그러나 시멘트 표면이 바닷물에 부식돼 떨어져 나가면서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바닷가에 제철소를 가진 포스코는 슬래그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슬래그에 칼슘과 철이 많이 들어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에 좋은 성질을 가졌다는 데 주목한 것이었다. 2000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슬래그 어초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10년간 연구 끝에 2010년 12월, 여수 거문도의 앞바다에 트리톤 510개를 투하했다. 포스코가 6억원, 정부가 4억원을 들인 사업이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2년 뒤 열릴 2012 여수 세계박람회 때까지 여수 앞바다를 되살리려는 목적이었다.

 트리톤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포스코는 이달 6일 실시한 생태 조사에서 감태·모자반·불레기말 등의 해조류들이 트리톤에 빼곡히 붙어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해조류 밀도가 주변 일반 암석의 10배였다. 시멘트 어초와는 달리 부작용도 없었다. 거문도 어촌계는 지금 트리톤을 마을 공동 어장에 넣어놓고 여기서 자란 해조류를 전복 먹이로 쓰고 있다. 바닷말 자체가 양식용 돔과 볼락이 알을 낳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포스코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손잡고 경남 통영·남해 등 12곳에 트리톤 바다숲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엔 경북 포항과 강원도 삼척 두 곳에 바다숲을 추가로 조성한다. 기술 수출도 이뤄질 전망이다.

여수=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