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냄새 지독한 방귀 때문에 고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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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01 07:51:26
- 조회 (82) | 추천 (0) | 퍼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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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영화 ‘날아라 호빵맨’의 귀엽던 호빵맨과 호빵맨 월드를 공격하던 세균맨의 나쁜 이미지 때문일까? 학생들에게 세균 이미지를 물어보면 한결같이 ‘더럽다’ ‘불쾌하다’ 또는 ‘무섭다’고 대답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네 몸속에 살고 있는 세균의 무게가 3~4 ㎏이라 하고 “세균 무게 빼고 몸무게를 이야기하라”면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미지와는 달리 세균은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단세포 미생물을 총칭하는 매우 중립적인 단어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있지만 일반 세균들은 아무 해가 없거나 도움이 되는 존재다. 우린 몸속의 많은 세균과 함께 살고 있다. 성인의 몸 세포는 약 100조 개로 보는데 함께 사는 세균 수는 적어도 그 10배 이상이다. 그중에도 가장 많은 세균이 사는 곳이 바로 대장이다. 대장엔 수백조의 미생물이 살고 있어 내 장(腸)의 미생물만 해도 지구 전체 인구를 가볍게 넘는 수다. 또 우리가 매일 배설하는 대변의 3분의 1 정도가 장내 미생물이다. 그러므로 배설을 하는 이상 대장균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보통 음식점이나 음식의 청결을 재는 척도로 검출된 대장균 수를 이용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대장균’ 하면 더럽다고 여기지만 대장균 자체는 더럽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존재다. 사실은 우리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보통 대장엔 수도 많지만 종류도 500종 이상의 다양한 미생물들이 산다. 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우리가 태아로 엄마 몸속에 있을 때는 미생물이 전혀 없는 무균 상태인데, 세상에 나와 음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즉 출생 하루만 지나도 아기의 대변에 이미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평생 인간의 대장으로는 끊임없이 여러 종의 미생물이 들어가고 나온다.
또 우리 대장에선 몸에 유익한 미생물과 유해한 미생물이 끊임없이 영역 확장을 위해 싸운다. 우리가 일정한 수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나 해가 없는 미생물들과 함께 사는 게 건강에 좋다. 착한 세균들이 없어지면 그 부분을 병원성 세균들이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요법이다. 유산균 등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은 요구르트나 된장 같은 발효음식을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라는 의미의 안티바이오틱스 (antibiotics)의 반대 의미로 만들어진 신조어로 1953년 독일계 의사였던 베르너 콜라트(Werner Kollath)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특정 유산균 음료의 상표명으로 익숙한 노벨상 수상자인 러시아의 과학자 메치니코프다.
대장에 어떤 종의 미생물이 우위를 이루고 번식하는가는 개인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섭취하는 음식물과 건강 상태·나이 등에 따라 다르다. 요즘 주변에서 쉽게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특별한 약도 없는 이 질환은 위생 상태가 좋은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은 장내 미생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절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아토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인 병원성 미생물을 피하려 아이들을 미생물의 근접이 어려운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아토피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들은 우리가 만들지 못하지만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만들어 준다. 비타민 B1, B2, B6, B12 등이 대표다. 탄수화물·지방 등 여러 영양분의 흡수도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장내 미생물이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분들을 뺏고 기생하는 것은 아닐까.
장내 미생물들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섬유소처럼 대부분 영양분으로 직접 흡수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용하며 실제론 미생물로부터 얻는 이익이 훨씬 많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라고나 할까. 우리가 뀌는 방귀도 대부분 대장균들이 장 내에서 영양분을 발효시킬 때 만들어지는 가스다. 가스는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질소와 황이 포함된 단백질은 매우 지독한 냄새가 나는 가스를 만들 수 있으므로 혹시 냄새가 매우 지독한 방귀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식습관을 채식 위주로 바꾸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세균에 대해 강의한 후 학생들에게 리포트 숙제를 냈더니 한 학생이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개작해 다음과 같은 시를 함께 제출했다. ‘세균, 함부로 더럽다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유익한 사람이었느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bc5012@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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