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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초등생이 합의 하에? 미성년 성범죄 '구멍'

꿈이 좋아 2018. 1. 24. 11:43

11살 초등생이 합의 하에? 미성년 성범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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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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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에 대한 경찰의 불구속 수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이 남성의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게 이유인데 가족들은 미온적인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멍난 미성년 대상 성범죄 처벌 실태를 JTBC가 13일 보도했다.

인천에 사는 11살 A양은 지난 1월 인터넷 채팅으로 한 남성을 만났다. 23살 김모씨가 함께 게임을 하자고 접근한 것이다. A양에게 선물을 사주고 노래방에 데려가는 등 환심을 산 뒤 A양 집에서 6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A양 친척에게 현장을 들켰고 부모는 김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김 씨는 A양이 18살로 속여 실제 나이를 몰랐으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양 가족은 김 씨가 딸이 초등학생인 줄 몰랐을 리 없다며 불구속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A양의 연락처와 집을 알고 있는 가해자가 구속 상태가 아니어서 2차 피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건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구속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 처리 우선 순위에서 밀려서 성폭행 피의자에 대한 사법처리 결정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IQ 44의 지적장애 소녀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도 있다.

26살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초등학생인 12살 최모양을 유인해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런데 최양 부모는 딸의 신상이 노출될까 두려워 피의자와 합의했고 김씨는 풀려났다. 영리 목적이 아닌 간음을 위해 아동을 유인한 혐의는 합의가 되면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이 이번에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는 '의제 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최 양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구속사건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넉 달째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가 피의자로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당구장 업주 36살 정 모 씨는 지난해 4월 지적장애인인 18살 박모양에게 술을 먹이고 성관계를 가졌다. 정씨는 박양 부모의 고소로 경찰에 구속됐지만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오히려 박양이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양이 IQ 44의 장애인인 것은 맞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은 있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박양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해 1년 가까이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특히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고 정해진 형량도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려 사항이 많다는 이유로 적용 과정에서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알았는지, 또 둘 사이에 합의가 있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11살 A양의 변호인은 김씨 같은 성범죄자는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이 형법상 강간죄의 특별법으로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한 강간죄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가해자의 구속 여부를 정하는 게 쉽지 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피해 어린이의 용모, 가해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알았는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 정당한 처벌 수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따라 구속 여부는 물론, 적용 법조항이 달라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 처벌 규정이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아동성보호법 등에 분산돼 있어서 수사 실무자들이 혼선을 빚기도 한다. 또 수사 담당자의 의지나 조사 방식에 따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현·곽재민·임종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