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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20억 자산가, 5억맡기고 매달 240만원 받아

꿈이 좋아 2018. 1. 24. 11:36

현금 20억 자산가, 5억맡기고 매달 240만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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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출신인 A씨(67)는 얼마 전 서울 외곽으로 집을 옮기면서 생긴 2억원을 한 보험사의 10년 만기 상속형 즉시연금에 넣었다. 목돈을 넣고 10년간 매달 이자(현재 연 4.6%)를 받는 방식이다.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60만원 남짓.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어 당장 생활비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중금리가 워낙 낮아 달리 2억원의 목돈을 굴릴 곳을 찾기 어려웠다. “갑자기 사망할 경우엔 원금을 가족에게 상속할 수 있다”는 보험사의 설명도 귀가 솔깃했다.

 계속되는 저금리를 견디다 못한 은퇴생활자들이 ‘1%포인트 금리차’를 찾아 즉시연금으로 몰리고 있다. 보험사의 즉시연금 상품은 회사별로 연 4.5~5.0%의 이자를 주고 있다. 연 3%대 후반인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8년 3306억원이었던 즉시연금보험 가입액은 지난해 2조3798억원으로 3년 만에 일곱 배로 커졌다. 올 1월에도 약 2163억원이 몰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3.25%에서 9개월째 묶여 있는 데다 물가까지 확 뛰었다. 물가까지 감안한 실질 기준금리는 올 1월까지 2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자산을 굴려 생활하는 은퇴자들에겐 고난의 날들이 이어진 셈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간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은 게 아니라 사실상 ‘내 돈 맡아줘 고맙다’고 사례비를 줘온 꼴”이라며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지다 보니 은퇴 생활자들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월지급식 펀드보다 원금보장이 되는 즉시연금에 은퇴생활자들이 더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시연금은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1.8%(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10년 이상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이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상속·증여세를 적게 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다달이 이자만 받는지, 원금 일부를 함께 돌려받는지 등의 가입 조건과 상속받을 사람의 기대수명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현금으로 물려주는 것보다는 세금이 줄어든다.

 보험사도 절세 효과를 무기로 ‘부자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는 지난해 부동산을 팔아 20억원 가까운 현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던 B씨(74)를 찾아가 “아내를 피보험자로 즉시연금에 10억원을 넣으면 나중에 증여세를 절반 밑으로 줄일 수 있다”며 권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진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B씨는 결국 이 보험사에 5억원을 맡겼다. 이들 부부는 현재 다달이 240여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이런 영업 행태를 바라보는 소비자단체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퇴직 후 연금 외에 생계 수단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혜택이 보험사의 자산 확충과 부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비과세 혜택을 주는 대상을 일정 금액 이하 또는 퇴직금 등 근로소득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시연금보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 형태로 돌려받는 보험이다. 가입 다음달부터 바로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지급하고 일찍 사망하더라도 보증기간(10~30년) 동안은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과 매달 이자만 받고 만기에 원금을 찾는 ‘상속형’ 등이 있다.